다운로드: 독일의 회색하늘과 우울증

 

김민재, Kiel University

 

- 마음의 감기 우울증

- 우울증이란?

- 우울증의 원인

- 우울증은 단순히 기분의 문제가 아니다.

- 우울증의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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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 왜이리 잠을 못잤지..요즘 계속 불면증이네, 오늘 또 지각이고.. 학교/직장에서는 매일 졸기만 하고, 안그래도 우울한데 오늘은 집에서 히키꼬모리로 있어야겠다. 이제 불러주는 친구들 도 없고 기분은 매일매일 다운이고, 이런 쓸모없는 인간이 다있나. 나도 산소란걸 마실 자격이 있 는건가.. 아 죄책감 든다.. 내일은 좀 달라지려나..” 독일의 회색하늘 아래에서 이런 자괴감 한번 안 느껴보신 분이 계실까요? 대체 이런 기분은 왜/어디에서 오는걸까요?

 

 

마음의 감기 우울증

 

인류가 현재 극복하지 못한 질병은 대표적으로 암과 감기 바이러스가 있습니다. 불가능해보였던 암조차도 50%를 넘어가는 (각종 암마다 다름) 완치율을 보이고 있기에, 결국 인류에게 남을 최후 의 질병은 감기바이러스가 될 것 입니다. (각기 다른) 감기 바이러스로 인한 증상이 나타날때 완치 는 힘들더라도, (각기 다른)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 시킬 수 있습니다. 우울증도 감기와 같이 한번 증상이 나타나면 완치가 쉽지 않으며, 재발을 막기 위한 평상시의 노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처럼 마음의 감기로 불리는 우울증은 기분장애의 일종이며, 누구나 예외없이 쉽게 걸릴 수 있 고, 예고없이 찾아오며, 또한 정확한 치료법조차 없는 병입니다. 전세계의 1/50정도의 인원이 앓 고 있다고 여겨지는 이 우울증의 정식명칭은 “우울장애(Depressive Disorder)” 입니다. 이 우울 증은 보통 시종일관 (혹은 때때로) 우울한 기분, 의욕/식욕 저하, 초조함, 불면증, 이유없는 지속적 인 슬픔·불안 등을 특징으로 합니다. 사실 우울증은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에 변화가 생겨 정 신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이 나타나는 병이며, 의학적으로는 생리학적, 해부학적 문제가 원인이 되는 병입니다. 단순하게 말해서 부정적인 감정은 우리 인체 구조의 변화에 따른 결과에 해당합니 다. 따라서 우울증에 걸렸을때에, 보통 우울하거나 슬픈 기분을 느끼기 보다는 공허감, 불안과 혹 은 무기력증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여러기능을 손상 시켜 환경에서의 적응수준을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이 글의 단 한가지 목적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그저 나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 고, 의지력을 가지면 이겨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마음의 병을 약으로 어 떻게 치료하냐는 말도 듣게 됩니다. 이런 반응은 정신적으로 느껴지는 “우울한 감정”과 생리학적 인 질병인 “우울증”을 같은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울증과 우울한 기분의 차이를 명확 히 인식하고 논증 진술들간의 함축관계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생리/의학적인 용어인 “우울 증”은 단순히 “우울한 감정” 으로 인해서 오는것 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울증”에 걸린다면, “우울 한 감정”이 오는것 이 맞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울한 감정”은 “우울증”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 은 아닙니다. 우리가 인간답지 않은 삶을 산다고 느낄 때, 크나 큰 좌절감에 빠질때, 혹은 독일같이 우울한 회색 하늘의 환경에서 오는 우울한 기분으로 인해서, 결국 우리의 감정을 제대로 조정할 수 없게 되어 행복함을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절대과제 입니다.


우울증이란?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 진단 통계편람의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래 9가지 증상중 5 가지 이상이 2주일 이상 나타나야 합니다. 또한 '우울한 기분' 또는 '흥미 또는 즐거움의 상실' 중 하나는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 하루의 대부분 또는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

- 하루의 대부분 또는 거의 매일 일상 활동에 대한 흥미로움이나 즐거움이 현저히 감소

- 하루의 대부분 또는 거의 매일 이유없이 체중 감소 또는 증가가 나타남 혹은 식욕의 감소 또는 증가가 보임

- 하루의 대부분 또는 거의 매일 불면/과수면

- 하루의 대부분 또는 거의 매일 흥분 혹은 지체

- 하루의 대부분 또는 거의 매일 피로함

- 하루의 대부분 또는 거의 매일 자기 비하 혹은 부적절한 죄책감이 느껴짐

- 하루의 대부분 또는 거의 매일 집중력의 감소

- 하루의 대부분 또는 거의 매일 죽음에 관한 반복적인 생각 혹은 구체적 계획이 없는 반복적인 자 살시도/계획


우울장애의 최종진단은 정신과의사의 임상경험, 임상면접, 심리검사결과, 진료경과 등을 고려해 서 종합적으로 확진됩니다.

 

우울증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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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단연 호 르몬입니다. 가장 많이 지목되는 것은 ‘Serotonin (5Hydroxytryptamine)’입니다. 생화학적으로 트립토판 에서 유도되는 세로토닌은 주로 동물의 중추신경계에서 볼 수 있는 신경대사물질로, 뇌를 순환하며 신경전달 기 능을 하는 호르몬입니다. 세로토닌은 감정 표현과 밀접 한 관련을 가진 것으로 생각되어지며, 세로토닌이 부족 하면 감정이 불안정해서 근심걱정이 많아지고 충동적인 성향이 나타난다고 믿어지고 있습니다. 

 

 

1950년대 정신불열증의 치료용 약물로 사용하던 리세르핀(Rerserpine)의 부작용이 심각한 우울 증을 불러왔기에 우울증의 생화학적 측면은 꽤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습니다. 위 약은 뇌의 신 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세로토닌의 분비 억제 효과와 연관이 있었기에 그 후에는 세로토닌에 초점 이 맞춰지게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노르에피네프린 또는 도파민 부족 역시 우울증에 큰 원인이라 고 밝혀졌습니다. 도파민은 주로 긍정적인 마음과 성욕 식욕을 관장한다고 알려져있고, 노르에피 네프린은 불안과 스트레스를 관장하며, 세로토닌은 위 두가지를 억제하며 평온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즉 위 3가지의 신경들이 모두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항상성을 유지하 며 만들어지는 우리의 기분인것입니다.


우리 몸의 생체 시계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잠과 연관되어 있어 위 호르몬이 부족할 경우 흔히 불 면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시차 적응이 힘든이유도 우리 몸의 멜라토닌 분비와 관련되어있기 때문 입니다. 위 멜라토닌 역시 우울증과 분명히 관련이 있습니다. 우울증 환자들 중에는 불면증에 시 달리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실제 많은 환자들의 멜라토닌 수치가 정상보다 낮은 경우가 많습니 다. 위 멜라토닌은 생리 기능과 식욕등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위 호르몬이 부족할 경우 무기력증에 빠지기 쉽상입니다.


우울증은 일반적으로 여성에게서 더 많이 나타납니다.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세로토닌 수치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의 몸은 세로토닌의 농도가 조금만 변해도 민감 하고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등 여성 호르몬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세로토닌의 농도에 변화를 주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고 말합니다. 갱년기의 여성이 자살 위험이 높은 이유도 같은 이유입니다. 

 

우울증은 단순히 기분의 문제가 아니다


우울증이 단순히 기분 문제가 아니며 명백한 질환이라는 것은 이미 해부학적으로도 수차례 증명되었습니다. 가장 유명한 예로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항우울제를 4주 이상 투여할 경우 해마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대조군에 비해 60% 이상 더 많이 생성된 것으로 나타난 경우가 있 습니다.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에 의하면 호르몬 분비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에 생기는 질병 입니 다. 즉 기분의 문제가 아니고 생리적인 문제인 것입니다.


애초에 무기력해지고 의욕을 잃는것도 우울증의 증상 중 하나인데, 이를 정신력의 문제로 치부하는 많은 사람들때 문에 실제로 더한 좌절감에 빠지는 우울증 환자들이 많습 니다. 인간의 뇌 중 전두엽과 해마(인지능력, 기억력등에 관련 된 부위들)는 우울증으로 크게 손상받는 부위이지만, 다행히도 전두엽과 해마는 평생동안 새 로운 뇌세포가 생기는 부위이기도 합니다. 즉 이 부위의 손상이 복구될 수 있다는 말과도 같습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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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의 극복

 

과학자들이 우울증의 원인/예방을 위한 연구를 수없이 하고 있지만, 우울증의 발병은 사회, 심리, 환경적인 요인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더욱 어려운 질병입니다. 하지만 우울증은 거의 대부분 이 치료될 수 있는 질환입니다. 물론 전문가와의 상담은 우울증 치료의 첫 관문이지만, 기본적으 로 약물 치료부터, 심리치료, rTMS 등이 있습니다. 


뇌에 세로토닌이나 멜라토닌 등의 호르몬 생산에 문제가 있으니 이를 인공적으로 투여하는 것도 한가지 치료 방법입니다. 혹은 호르몬 수용체를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과 학자/의사들은 중증우울증이 아닐 경우, 약물로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인 체의 호르몬 생산 공장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완치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를 위해 서 뇌에 일정한 충격을 가하는 충격요법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우울증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 는 약에는 세로토닌이 재흡수 되는 것을 막아, 뇌 속에 더 오랫동안 머물도록 하는 것들이 많습니 다. 가장 유명하고 성공적인 우울증 치료제는 프로작, 졸로푸트, 렉사프로 등입니다. 이들은 세로 토닌을 활성화하거나 뇌에 더 오래 머무는 기작을 도와줍니다. 북/서유럽의 선진국들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약은 이 항우울제 라고 합니다. 이외에도 비만치료제들도 세로토닌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고 알려져있습니다. 금연치료제는 간접적으로 세로토닌을 증가시키면서 식욕 및 흡연등을 억제한 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분자생물학의 관점에서 우울증의 원인을 연구중이기도 합니다. 즉 항우울제가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어떤 다른 메커니즘이 작용하여 결과적으로 우울증이 완화 될 수있을 것이라는 가설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울증의 약물적 치료는 세로토닌 시스템을 강화하 는 것들이 많으며, 몇몇 약들의 경우 노르에피네프린 시스템과 세로토닌 시스템을 동시에 관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예방 방법은 무엇일까요? 혹은 경증 우울증의 경우 가장 쉽고 좋은 치료방법 은 무엇일까요? 러닝등의 유산소 운동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최저비용 최고효율의 예방 및 치료 책입니다. 실제로 학계에서도 우울증과 관련하여 유산소운동의 효능은 많이 증명된 바 있습니다. 운동은 정말 뇌 건강에 좋습니다. 유럽에서는 경증 우울증 환자에게 러닝등의 운동요법을 처방하 기도 합니다. 유산소 운동은 전두엽, 해마 등과 관련되어 손상되었던 뇌세포를 복구하고 생성하는 유발인자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경전달물질의 조절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운동은 주 로 대사 전반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유산소 운동은 심장 박동이나 호흡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효과도 있기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불안해짐도 완화됩니다. 따라서 운동을 즐기는 사람은 불안 장애를 가지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도 아주 낮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유산 소 운동 강도가 높아질수록 (시간이 길어질 수록) 뇌에는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우울증 환자들의 권고 운동량을 보자면 "일주일에 150분 정도 중간정도의 강도로 운동" 을 하거나 "75분 정도 강한 강도" 가 적당하다고 합니다 (미국 남부감리교대학교 스미스 교수의 주장). 오늘은 기분이 안 좋으니 내일부터 해야겠어 보다는 안 좋은 이 기분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라도 운동을 당장 시작해야 함이 맞습니다. 그밖에도 세로토닌을 생활 속에서 늘리는 방법으로는 단전 호흡, 명상, 혹은 요가 등이 있습니다. 신경써서 호흡을 조절하는것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주기적으로 햇볕을 받는 행동들도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북부 유럽은 우울증 환자들의 좋은 표본입니다. 그만큼 햇볕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해가 있을때마다 나가서 즐기는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음악이나 리듬에 맞춰서 일정한 행동을 반복해서 하는것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앞서 설명드린 대로, 세로토닌의 합성에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은 트립토판입니다. 트립토판은 간에서 세로토닌 및 니아신으로 변환되고, 비타민 B6와 결합됩니다. 따라서 이 트립토판을 증가시키는 식습관도 도움이 됩니다. 닭, 칠면조 의 가슴살, 참치, 연어 등의 해산물, 유제품에 위 트립토판이 많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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