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일에서 생물해양학(해양생물학) 관련하여 대학교/대학원에 지원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생물 해양학의 전체적인 개요와 정보들이 담겨 있는 글입니다.

 

- Kiel 대학원에서 생물 해양학을 공부하고 있는 이선희 회원님의 글입니다. 

 

 

해양생물학을 공부하는 학생의 편지
이선희, Kiel, Germany
재독 2지역, Kiel university
 
물고기를 무서워하는데, 해양생물학이라니……
나의 독일 친구들은 모르지만, 사실을 고백하자면 나는 회도 먹지 않는 물고기포비아(?)에 가깝다, 어릴 적, 이모를 따라간 통영 회시장에서 파닥이는 물고기가 도마를 뛰쳐나와 내 발 앞으로 떨어졌고, 그 물고기 이마를 식당이모님이 나무방망이로 내리쳤을 때 ‘턱’ 소리와 함께, 나는 시장바닥에 그대로 기절했다. 필수교과목인 어류해부학 수업에는 하얀 실험복을 두 개나 껴입고, 두 벌의 장갑을 낀 채로 벌벌 떨고 있었으며. 메스를 들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나를 보고, 재밌는 것을 준다며 조교 네 명이 커다란 냉동상어를 들고 오는 바람에 한 시간의 블랙아웃 상태를 경험했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 연구소 인턴 때는 나름 괜찮을 줄 알고 유생어류를 다루는 실험실에 갔다가, 현미경 속에서 생후 이틀 된 송사리가 입을 ‘쫙‘ 벌려 눈이 튀어나오는 것을 입체로 보고는, 한 달 동안 멸치도 못 만졌다. 그럼에도 아직 이 전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해양생물은 바다와 지구, 세상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정말 즐거운 분야이기 때문이다.
 
생물계도 우리 사회의 축소판
 Stephanomia 라는 생물이 있다. 심해에 사는 해파리 종류인데, 보통 10m가 넘는 길이에 최대 발견된 것은 40m 가 넘는 길이로 어두운 바다 속을 유영한다. 대부분 물로 이루어진 연약한 플랑크톤이 이토록 긴 몸체로 살아남게 된 것은 그들의 독특한 생존전략 덕분이다. 나는 중학교 때 BBC에서 방영하는 동영상을 보고 해파리에 푹 빠지게 되었다. 보통 심해저는 먹이를 구하기도, 포식자의 공격에서도 살아남기 쉽지 않은 어려운 환경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이 신기한 생명체는 어떻게 긴 몸을 건사할 수 있었을까? 신기하게도 이들은 바다를 유영하다 동족을 만나면, 한 몸으로 합친다고 알려져 있다. 끝 쪽에 위치한 개체가 머리를 맡고, 나머지 중간체가 몸속의 소화기관 등을 맡아 살아간다. 또 한 개체를 만나 이 몸체에 붙게 되면, 위쪽으로 가서 머리가 되던가 아래부분의 꼬리를 맡던가 하는 식이다. 나에게 무척이나 흥미로웠던 것은,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디선가 부분을 맡아 일을 하는 것과 비슷해 보였다. 또한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인간의 생존 의미와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누군가는 선두에 서다가 다시 자리를 내어주는 우리의 사회일 수도 있다. 생각할수록 신기한 생명체들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욱 많은 것을 이미 깨닫고 사는 것 같다. 이는 생물학의 한가지 매력이다.. 
 
진화의 아름다움
‘달콤한 인생’이란 웹툰을 보면, 여자의 표현에 대해 고민하는 남자들이 그려진다. 수염스티커로 사진을 합성하고, 남자 콧수염이 크게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여자친구가 “귀엽잖아!“하고 외칠 때, 남자들은 도대체 여자들의 ‘귀엽다‘의 허용범위가 어디까지 인가하고 궁금해 한다. 방에 붙여진 심해 생물사진을 보고 경악하는 친구들에게 내가 던진 ’귀엽잖아’란 어감이 이러했을까 하고 고민했지만, 정당하게도 여기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생물은 자기가 살고 있는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한다. 빛이 바다 속을 투과할 수 있는 최대 깊이는 채100미터가 되지 않는다. 평균 바다 깊이가 3600미터에 다다른 것을 생각하면, 4000~6000미터의 수심을 가지는 심해는 말 그대로 칠흙과 같은 어둠이다. 이 곳에서 어떻게든 빛을 흡수하여 이용하려면, 최대한 큰 눈을 가져야 한다. 심해저의 많은 생물들이 만화의 주인공들처럼 큰 눈을 가지고 있는 이유이다. 또한 심해에는 많은 생물이 살지 않는다. 간혹 가다 마주치는 생명체가 있을 뿐이다. 적도 없고 먹이도 없다. 특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에 아귀처럼 머리에 블링블링한 낚시대를 달고 있다던가, 고무고무 팔처럼 숨겨진 2단의 입이 쭉 밀어서 나온다던가. 자신들 만의 독특한 진화적응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정말 감탄사가 나올 정도의 독특한 물고기도 있다. 미국 San Diego에 위치한 SCRIPPS 연구소에 갔을 때, 선임연구원 Robinson 박사는 나에게 새로 발견한 머리가 투명한 물고기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과학자들은 왜 전체가 아닌 머리만 투명한 것일까에 대해 고심하다가, 관찰카메라를 통하여 그들은 이유를 알아냈다. 심해에서 먹을 수 있는 먹이는 위에서 천천히 강하하기 때문에, 물고기는 투명한 두개골 사이로 큰 눈을 천천히 위쪽을 보고 있다가 떨어지는 먹잇감을 따라 눈을 굴려서 입 안으로 넣을 수 있는 각도가 되면 한입에 먹는다. 다른 이들에게 징그럽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환경에 적응한 진화의 산물은 아름답다는 박사님의 말의 아직도 귀에 남는다. 시간이 나시면 심해생물을 한번 찾아보시길 권한다. 볼수록 참 귀여운 생물들이다(추천링크: https://youtu.be/KEjU6RhoSGU).
 
EAT, SLEEP and LONG RUN
가장 장수하는 척추동물로 알려진 그린란드 상어는 400년을 산다고 한다. 약 150년이 되어야 청소년기가 지나는 이 상어들은 바다의 나무늘보 같다. 잠꾸러기상어과(Somniosidae, sleeper shark)에 속한 이 상어들은 빙점에 가까운 추운 바다에 살면서, 1초에 30cm를 채 움직이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추운 환경과 느린 움직임이 낮은 신진대사로 이어지면서, 더딘 성장이 노화를 늦춘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실제로 과학자들이 태그를 붙인 상어를 16년 뒤에 잡았을 때, 겨우 6cm 가 자라나 있었다. 
지구 전체에서 생물들에게 생존을 위한 온화한 해양환경은 극소수이다. 전체 바다의 90%는 5°C 이하의 차가운 해수로, 극지를 비롯하여 바다는 극한 환경을 적응해가는 생물의 진화가 담겨있다. 인류의 난제인 생명의 시작에 대한 열쇠가 바다 속에 담겨있다고 믿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아직도 물고기 비늘을 보고 울렁거리고 뱃멀미를 하지만, 신기한 생물들의 삶과 진화를 알아간다는 건 정말 신나는 일이기에 계속 공부하고 싶다(그 중 다행인건 해파리를 참 잘 만지고, 해부학과 분류학에 능숙하다). 조만간 어떤 독특한 생물이 우리 앞에 나타날 지 모르겠다. 기대와 함께 좀 더 해양학에서 헤엄쳐 보려고 한다. 
 
추천사이트 
> fishillust.com 수중사진가이며 전문 다이버인 김인영씨의 홈페이지, 세밀한 그림으로 보기 좋게 어류진화 및 우리나라 물고기 도감, 다양한 바다이야기에 관한 정보가 실려있다. 다만, 진화계통학은 학계에서도 변화가 다분하고, 한국어로 정립되지 않는 단어도 많아 간혹 불분명한 정보를 포함된 것도 보인다..
> marinebio.org 해양문제의 모든 정보와 수행되는 프로젝트, 화질 높은 해양 비디오를 담고 있다. 특히, 해양생물에 관한 퀴즈와 전문사진, 교육정보가 가득하다.
> https://www.youtube.com/user/MBARIvideo 해양관측을 선도하는 미국 Monterey Bay Aquarium Research Institute의 채널로 다양한 심해 생물영상을 볼 수 있다.
> www.seaaroundus.org 수산과 생태계밸런스에 초첨을 맞춘 프로젝트. 생태 다양성을 지역에 한정하여 정확한 통계결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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