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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 중의 하나가 '국내 박사는 외국 박사에 비하여 차별 받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배경에는 국내 박사는 아무래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선입관도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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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라는 것이 어차피 부정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는 생리가 있지만 이러한 인식이 보편화하면 결국 우수한 인력들의 해외 유출이라는 또 하나의 이공계 위기 상황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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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최근 국내 이공계 박사학위 취득자들의 진로를 보면 매우 고무적인 경향이 발견된다. 해외 박사들과 당당히 경쟁해 대학과 연구소의 좋은 연구직에 자리잡는 사례가 이제 고착화해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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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만 예를 들어보자. 최근에 사립 A대학 물리학과 신규채용 3명 중 1명이 서울대 물리학과 박사, 1명이 고려대 물리학과 박사, 그리고 또 1명이 포항공대 물리학과 출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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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B대학 물리학과의 경우 역시 신규채용 3명 모두 국내 박사로서 서울대 박사 1명, 서강대 박사 1명,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 1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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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C대학의 경우 5명의 신규채용자 중 4명이 국내 박사이고 1명이 외국 박사였다. 필자가 속해 있는 서울대 물리학부만 보더라도 최근 채용된 3명의 교수 중 서울대 박사 1명, KAIST박사 한명, 그리고 외국박사 1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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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례들은 필자가 굳이 찾으려 한 것이 아니라 한 모임에서 옆자리에 앉아 있던 4명의 동료들에게서 수집한 것이다. 물리학과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이공계 관련 많은 학과의 박사과정 졸업생들의 약진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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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고무적인 것은 국내 박사들이 외국에서 포스트닥을 하고 아예 외국에서 영구직을 얻는 사례 역시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공계 박사들은 순수 국내산으로서 바로 세계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많지 않은 부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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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공계 박사는 바로 국내 이공계 연구 능력의 척도다. 이런 면에서 보면 여러 가지 이공계 위기 상황에서도 국내 이공계 연구 능력은 놀라운 비약을 했음을 알 수 있으며, 분야에 따라 국내 연구자들의 해외 학술지 논문 게재는 질과 양면에서 세계 명문대학에 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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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공계 미니 전성기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는 이공계 연구비 지원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1980년대 중반에 시작돼 약 10년 동안 우수한 학생들이 해외 유학의 길보다 국내 박사학위를 택했고 그 성과가 15년 후인 지금 속속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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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공계 미니 전성기를 위협하는 몇 가지 악재가 있다. 특히 인력수급면에서 그렇다. 어차피 부유층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조기유학, 학부유학을 부각하는 언론의 행태는 언론 종사자들이 꽤 잘 사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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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일부 사기업들의 오판에 덩달아 정부까지 거들어서 시행되는 무차별 학부대학원 유학 지원과 그에 따른 두뇌 해외유출, 이공계 위기대책으로 이공계 학부생을 대폭 지원하는 그늘에서 정작 박사과정생들은 학비를 걱정해야 하는 모순, 또 의학 관련 전문 대학원의 무분별한 도입에 따라 충분히 예상되는 이공계 학부의 '의대 고시촌화' 등은 우려해야 할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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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즉흥적이고 선심쓰기식의 유학 지원을 중단해야 하며 의학 관련 전문대학원의 시행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박사과정 학생들의 경우 생활비는 지금처럼 교수연구비에서 부담하되 수업료는 학교와 교육부.과기부 등이 일괄 타결해주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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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안 된다면 연구비에 박사과정학생 수업료를 포함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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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에 이공계 미니 전성기로 세종 때와 정조 때를 꼽을 수 있을 것인데 그게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나라에 위기가 닥친 것을 보면 지금의 미니 전성기가 진정한 전성기로 발전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이미 쇠퇴기가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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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 서울대 교수.고체물리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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