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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최초인 새로운 도전을 한국에 돌아와서 해보시지 않겠습니까?”

미국 어바인소재 캘리포니아대(UC어바인)에 재직중이던 조장희 교수(68)는 지난해 가천의대로부터 메시지를 받고 고민에 잠겼다. 콜롬비아대에서 파격적인 조건으로 UC어바인으로 자리를 옮긴지 어언 18년. 이 대학 2천5백여명의 교수 가운데 단 한명을 선정하는 ‘2003년도 올해의 최우수 교수’로 선정되기도 한 조 교수는 사실 고국행을 선택하면 버려야 할 것이 많았다. 미국 명문대 교수라는 직함, 안정된 연구 환경,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까지….

‘그래도 한국에 돌아가면 밤을 새면서 연구할 우리 학생들을 키울 수 있지 않겠는가? 마지막 도전을 조국에서 한번 해보자!’

뇌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조장희 교수의 42년만의 귀향은 그렇게 결정됐다.

뇌질환 정복할 꿈의 장비 개발
지난 9월 6일 가천의대와 독일 지멘스가 6백40억원을 투자하는 뇌과학연구소 창립식이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뇌를 3차원으로 보여주는 새로운 영상장비의 개발을 목표로 하는 뇌과학연구소의 설립이 더 주목받은 것은 한 사람의 과학자 때문. 주인공은 뇌과학연구소 소장을 맡으면서 8월 영구귀국한 조장희 교수였다.

1972년 병원에서 몸속을 들여다볼 때 흔히 사용하는 검사장비인 ‘X선 단층촬영기’(CT)의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후, 1975년에는 뇌를 연구하는데 꼭 필요한 장비인 ‘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PET)를 세계 최초로 개발.

국제학술지에 200여편의 논문을 발표한 뇌 영상분야의 세계 최고의 권위자. 스웨덴 스톡홀름대, 미국 UCLA, UC샌디에이고, 콜럼비아대, UC어바인 등 명문대의 교수로 재직하고, 미국 최고 권위의 학술원 정회원이기도 한 조 교수의 이력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그의 귀국을 두고 국내 뇌 연구분야가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과학기술계가 들썩거린 까닭이다.

“뇌과학연구소에서 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PET)와 자기공명영상장치(MRI)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뇌 영상장비를 개발하려고 합니다. 뇌를 연구하는데 꼭 필요한 꿈의 장비가 탄생하는 거죠. 뇌가 3차원으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모두 알 수 있게 되거든요.”

현재 3차원 뇌영상 장비 개발은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그의 말처럼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는 PET와 높은 해상력을 자랑하는 MRI를 결합시키는데 성공한다면 인류의 뇌질환 정복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 중풍에서 정신분열증까지 다양한 뇌질환의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만능세포인 ‘줄기세포’를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려는 연구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다. 올해 초 줄기세포 배양을 위한 인간배아복제를 세계 최초로 성공한 황우석 서울대 교수는 “조 교수가 개발할 기기를 사용하면 줄기세포를 이식한 후 체내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돼 이 분야가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한국인 과학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조장희와 황우석 교수. 두 거인 과학자가 힘을 모으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벌써부터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국내 과학기술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외국에서 총장보다 교수 영입해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아시죠?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직접 보고 싶어서 뉴욕을 헤매고 다녔는데 못찾겠더라구요. 결국 포기하고 맨해튼섬을 빠쳐나가다 돌아보니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만 보였습니다. 저는 과학자는 열심히 연구하면 바로 평가를 받지 못하더라도 언제든, 어디서든 꼭 알아준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해외생활 때문에 연고가 없어서인지 서울 시내 모 호텔에 투숙하고 있던 조 교수의 모습은 일견 쓸쓸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의 말속에는 홀홀단신으로라도 영구귀국을 선택하게 만든 과학과 조국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다. 40년이 넘는 외국생활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부터 물었다.

“공부를 계속 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유학을 갈 가정형편이 안됐는데 우연히 국제원자력 장학생 얘기를 듣고 원서를 얻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날이 시험을 치르는 날이더군요. 감독관의 배려로 중간에 들어가 시험을 봤는데 운이 좋은지 되더라구요.”

준비를 전혀 못하고 남들은 한창 문제를 풀던 중에 들어간 그가 합격했다는 것은 평소에 그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 스웨덴 웁살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는 “너는 정말 언제 쉬느냐”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연구에 매진했다. 여러 대학에서 재직한 것도 끊임없이 연구성과를 쏟아내면서 대학들이 계속 그를 스카웃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오래 생활한 조 교수에게 국내 과학계가 선진국으로부터 배울 점은 없는지 물었다. 그는 우리나라의 연구개발은 선진국에 비해서 상당히 늦게 시작했는데도 정말 대단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높게 평가하면서도 아쉬움 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과학분야에서 연구는 항상 첫번째로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연구의 중심지가 돼야할 우리나라 대학들은 개념을 잘못잡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대학은 학자들이 모여서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지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원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좋은 학생들을 모을 생각만 하지 좋은 교수를 모으는 일에 관심 적다는 지적이다. 그는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구하는 대학, 교수들이 연구를 못하면 쫓겨나는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가 귀국하면서 받게 될 연봉은 30만달러(3억3천만원)인데, 국내 과학계에서는 보기드문 거액이기 때문에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정당한 대우라고 설명했다.

“외국에서 과학자를 데려오려면 정당한 댓가를 줘야지 덮어놓고 애국심에 호소해서는 안됩니다. 그래야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습니다. 최근 KAIST에서 외국인 총장을 영입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연구현장에서 뛸 교수를 파격적인 대우로 데려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전쟁 때문에 중학교를 다니다가 생계를 위한 장사를 시작한 소년. 성적이 중간밖에 되지 않아 “네 실력으로는 어림없다!”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결국 서울공대에 당당히 진학한 청년. 쉬는 날이 도대체 언제냐는 얘기를 들은 열정적인 젊은이. 그리고 현재 세계적인 석학으로 완숙기에 접어든 과학자가 말한다.

“제 인생에서 지금까지 마음먹은 일중에서 안된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PET와 MRI의 융합장비 개발에도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습니다. 꼭 뇌과학연구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국내 과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습니다.”

출처: 사이언스 타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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