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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 코끼리가 산으로 올라간 이유는?

VeKNI 2006.02.15 18:26 조회 수 : 11177

오늘 비비 원숭이를 마취시키면서 아주 색다른 경험을 했다. 이 원숭이는 사냥을 하는 원숭이답게 사납고 강력하며 또한 매우 영리하다. 그래서 사람들도 일일이 기억을 한다. 사육사에게는 한없이 자세를 낮추고 수의사에게는 달려들 듯 사납다. 그러나 사육사라도 평소와 다른 행동을 조금이라도 보일라치면 바로 경계반응을 보인다. 마취총을 쏘는 일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 녀석은 신이 영장류에게 내려준 손으로 마치 장수들이 활을 쳐내듯, 날아오는 주사기를 쳐낸다. 그래서 우선 주위를 교란시킬 목적으로 ‘블로우건(바람화살총)’을 두서너 개 준비했는데 물론 그 중에 진짜는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이 녀석은 귀신처럼 빈총을 알아보고 진짜 총과는 반대 방향으로 달아났다. 결국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마침내 성공하긴 했다. 끝내고 나서도 이 녀석이 빈총을 알아보는 감각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비단 원숭이들만이 그런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사슴들도, 한 번 쏘는 걸 실패하여 재 장전 하는 동안 빈총을 들고 위협해 보면 그렇게 달아나던 것들이 가만히 서서 쏠 테면 쏴보라고 한다. 일반 사람이라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아니 분명히 못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빈총 강도가 그리 성행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럼 과연 이것이 동물들만의 식스센스라는 것일까? 그럼 다음의 경우는 어떻게 봐야 할까?

동물들은 보통 모성을 타고 난다. 그러나 동물의 모성은 적자생존의 원칙에 따라 제한된 생존 조건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 새끼에게만 해당되는 경우가 많은데 새끼를 잘 낳고 키우던 어미들이 가끔 갓 낳은 새끼들에게 젖을 주지 않거나 오히려 피해 다닐 때가 있다. 이런 새끼들을 데려다 열심히 키워보면 대개 80~90%는 제명을 살지 못한다. 낳자마자 버림받은 일본원숭이 ‘다이고로’(우리가족이 지은 이름)를 데려다 집에서 정성스레 키운 적이 있는데 그 녀석 역시 우유를 먹이면 계속 토하기를 반복하더니 결국 일주일 만에 죽어버렸다. 부검해 보니 위와 장이 맞닿은 부위가 협착되어 있었다. 이럴 경우는 정확히 진단을 한 후 수술을 해주지 않으면 살지 못한다. 그 수술도 어린 동물들에게는 굉장히 위험하다.

물소새끼 역시 어미가 새끼만 낳고 새끼가 따라 다녀도 피하기만 한 적이 있었다. 결국 사육사가 6개월간 우유를 먹이면서 어린 새끼를 정성스레 키웠다. 그런데 보통 물소가 6개월이면 거의 다 성장하는 데 반해 이 녀석은 송아지 티만 벗고는 전혀 크지를 않았다. 그러면서도 먹는 것은 정상적이어서 배만 볼록하게 튀어 나았다. 별명도 모양대로 올챙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영문도 모르게 갑자기 죽어버려 부검을 했더니 역시 심장기형임이 드러났다. 몸이 크면서 점점 심장압박이 심해졌던 것이다. 6개월간 키우면서도 전혀 우리가 감지해 내지 못한 것을, 어미는 이미 태어나자마자 알고 있었던 것일까?

흔히들 동물에게는 육감이 있다고 한다. 육감이란 것은 직감으로 사태를 감지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텐데, 사람의 기준으로 본다면, 동물들이 위험을 감지하고 미리 피하는 능력 그리고 별로 위험하지 않은 것에 필요없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능력들도 분명 육감의 영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사례 역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오감으로는 감지하기 어려운, 육감의 차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동물들의 이런 능력들은 어찌 보면 오감 중 한 분야가 조금 더 발달했거나 -가령 매의 시력, 박쥐의 초음파 감지능력, 물고기의 촉각, 개의 후각, 뱀의 열 감지 능력 그리고 코끼리의 청각 등- 또는 오감을 종합적으로 통제 제어하는 능력의 뛰어남과 냉정함만 갖춘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다.
처음 비비 원숭이의 예에서도, 마치 거짓말 탐지기가 범인을 잡아내듯 음성의 떨림, 눈빛의 강약, 긴장정도, 혹자가 주장하는 긴장시 나오는 호르몬(또는 페로몬)의 냄새를 읽어낼 수만 있다면 가능한 능력일 것이다. 실제로 특정 동물들은 예민한 감각을 이용해, 인간이 모르는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는 사례가 많다.

예컨대 작년에 인도양에 ‘쓰나미’가 닥쳤을 때 코끼리가 산으로 올라간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단정짓듯 육감이란 단어를 쓰며 놀라워 했지만 실상은 코끼리들의 놀라운 청각능력에 기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 실제로 코끼리들은 3km밖의 아주 낮은 소리도 들을 수 있고 또 만들어 내기도 한다. 따라서 인도양 ‘쓰나미’ 때 코끼리가 보여준 반응은 예민한 청각과 큰 몸통의 불안한 공명이 반응해 나타난 결과로 봐야 한다.

자연재해가 적은 우리나라에서는 개가 개장수를 알아보고 움츠려든다거나,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걸 알고 눈물을 흘린다거나 하는 것 등을 예로 들며 동물들의 육감을 거론하기도 한다. 성장한 개들은 분명히 이상한 느낌이 나는 사람들(도둑이나 개장수들)에게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이는 육감이라기 보다는 개의 뛰어난 후각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개들은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후각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여덟가지 방향으로 냄새를 분간할 수 있다면 개들은 32가지의 방향으로 냄새를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사람들이 모르는 죽은 세포, 이상하게 변질된 세포 등도 알아챌 수 있고, 심지어 몇 시간 전에 지나간 사람의 흔적도 알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놀라운 후각으로 인해 개들은 개장수가 아무리 위장을 해도 냄새로 알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앞서 언급한 사례들을 쉽게 육감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사실 동물의 육감이라는 것 자체가 쉽게 단정짓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누군가 이거다 하고 확실하게 보여주기 전에는, 여전히 이상한 현상만 있으면 육감이란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 주저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이드가 ‘꿈’을 연구대상으로 삼지 않았다면, 아인슈타인이 ‘우주현상’을 탐구하지 않았다면 그 둘 역시 지금도 육감의 세계에만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소설 ‘개미’나 ‘티나토노트(죽음으로 항해하는 배)’가 아니더라도, 우린 육감으로 포기하기보다 오감으로도 찾아가야 할 곳들이 훨씬 더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 : 최종욱 - 야생동물 수의사/<세상에서 가장 불량한 동물원 이야기> 저자 )

출처: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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