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기관장 인터뷰]"산업화 구현의 핵심은 생산장비 개발"
이상천 원장, "연구 대형화와 중소기업 지원이 기계연의 미래"



"저탄소 녹색성장과 신성장동력 산업의 구현을 위해서는 효과적인 생산장비 개발이 필수입니다. 그리고 생산장비 개발의 핵심은 기계기술이죠. 우리 한국기계연구원은 지금까지 축적해 온 강점 기계기술을 바탕으로 에너지·환경분야 설비·장비에 대한 산업원천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출 계획입니다."

지난 9일 한국기계연구원 신임 원장으로 취임한 이상천 박사는 "기계기술이 녹색성장과 신성장동력 분야를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개발 성과의 산업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 생산장비이고, 생산장비 개발의 핵심이 기계기술이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에너지·환경 플랜트(plant) 분야에 대해 정부에서는 'EcoEner Plant Project'란 대형과제를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본격 시행된다"며 "이 분야에 대한 기계와 장비를 개발하는 사업에 기계연이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기계연은 특히, 정부의 녹색성장·신성장동력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기계연은 이미 태양광산업과 관련해 유기태양전지, 박막형 태양전지 부분에 핵심기술들을 일부 확보,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풍력분야에서도 지난해 대관령풍력발전단지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으며, 모터나 회전체와 관련된 핵심기술들을 확보하고 있다. 자동차 등 수송용 차량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 저감기술인 'Denox'기술이 완성단계에 들어가는 등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많은 기술들이 기계연에서 개발되고 있다.


"그 동안 기계연을 비롯한 정부출연연구소들은 국가 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습니다. 그 공로는 국가에서도 인정해야 합니다. 이제 주변 상황인 국가 연구개발(R&D)에 대한 규모의 대형화와 선진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원장이 생각하는 출연연 개혁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과제의 대형화다. 그는 "출연연은 그동안 PBS 제도의 부작용으로 인건비를 따내는 것에만 집중해 소형 단기 과제에만 매달려 왔다"며 "대형 과제를 수행해야 출연연이 국가의 미래와 관련된 자신의 색깔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이 생각하는 국가 대형과제 수행을 위한 또 하나의 요건은 출연연간의 긴밀한 연계다. 세부 분야에서 연구소마다 가지고 있는 강점 전문기술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복 투자가 정리되기 위해서도 연구소 간의 벽이 허물어져야 합니다. 기술의 융복합이 요구되고 있는 시대에서 어느 한 출연연이 특정 분야의 연구를 모두 수행할 수는 없습니다. 대형 국가 과제 아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긴밀한 연계 연구를 진행해야 목표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협력 연구를 위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요."

그는 소형과제 단위에서 대형과제 중심의 연구관리체제로 변환하고 대형 사업 책임자에게 하부 세부과제의 관리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주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 및 시행을 제안했다. 그래야 출연연과 대학, 기업의 전문가들이 소속 기관에 얽매이지 않고 융복합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 안에서 기계연의 역할은 기계기술 분야의 미래를 예측하고 산업화 과정을 계획할 수 있는 '기계기술의 허브(hub)'라고 제시했다. 이 원장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기계연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한국전기연구원·한국철도연구원 등과 협력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며 "에너지연 전기연 원장하고는 이야기를 나누고 방문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이 두 번째로 강조하는 기계연의 역할은 중소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기업 맞춤형 연구개발이다. 이를 위해 그는 기계연 내 중소기업 기술 지원단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국책 기관인 출연연의 위상을 정립하는데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일반 국민이 출연연의 존재에 고마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기업은 연구개발 부분에 있어 출연연의 도움이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능력은 매우 취약한 실정이지요. 이들의 애로 기술 해결에 기계연이 기여하겠습니다."

현재 산업기술 출연연은 국가 중장기 대형연구와 중소기업 애로 해결이라는 두 가지 요구를 받고 있다. 양립하기 힘든 두 가지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이 원장에게 물었다.

"연구원 안에서의 역할 구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0년 이상이 걸리는 중장기 대형과제는 젊은 연구그룹에 맡기고, 시니어그룹이 그동안의 연구경험을 살려서 중소기업을 지원해 주는 단기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지요. 물론 연구원들의 의견수렴이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그는 최근 지식경제부와 산업기술연구회에서 추진 중인 출연연 기능개편과 임금피크제·영년직(Tenure) 도입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연착륙(soft landing)이라고 강조했다.

"방향은 맞지만 중요한 것은 연구현장에 혼란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제도를 어떻게, 어떤 시기에 도입할 것인지 철저하게 준비하고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출연연 기능 개편의 궁극적인 목적은 연구가 좋아서 연구에 종사하는 연구원들의 성취감과 보람입니다. 연구원들이 성취감과 보람을 만끽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이 원장은 "기술 사업화는 출연연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기초연구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이 걸리겠지만 출연연 R&D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기술 사업화라는 생각을 연구원들이 확실히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자신의 출신과 관련해 "외부 인사지만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공학한림원에서 활동을 하는 등 항상 과학기술계 안에 있었다"며 "항상 모든 일을 이롭게 하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의 마음이기 때문에 시스템보다는 사람을 중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연구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동시에 출연연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자주 대화를 가져 이해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덕넷 한민수 기자> hms@hellod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