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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인과의 토론을 제안합니다'
'노대통령님,젊은 과학기술인들에게도 기회를 주시지요'
-‘전국 (평)검사들과의 대화’를 보고....

오늘(3월 9일) 헌정사상 처음이라는 ‘대통령과 전국 (평)검사들의 대화’를 지켜보았다.검사의 인사권을 놓고 대통령과 평검사들 간의 시각차는 컸다. 전반적으로 토론은 노 대통령과 검사들이 모두 패한 lose-lose 게임이 아니었나 싶다.


검사들은 결국 “이번에는 그냥 계획대로 하겠다”는 대통령의 확언을 들어야 했고,대통령도 토의과정에서 “낯이 깎이는” 수모를 겪는 등 전체적으로 논리적이기보다는 감정이 앞선 토론회였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검사들은 그들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기보다는 반복해서, 때로는 감정적으로, 표출했고 검사들의 무례한 공격을 받은 대통령은 낯을 붉히며 톤이 올라가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수차례 있었다. 결국 ‘토론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평검사들로부터 받은 노 대통령이 감정을 삭이고 (외형적으로는) 끝마무리를 잘 해주었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우리의 토론문화의 수준을 국내외적으로 드러내는, 망신살뻗친 그런 토론회가 될 뻔했다.


토론회는 노 대통령과 검사들이 모두 패한 lose-lose 게임


토론회를 보면서 느낀 것은 역시 검찰이 대단하다는 것이었다.대단하다는 것이 뭐,그들이 잘났다거나 그런 것이라기보다는 그들의 작은 권력자로서의 모습이 그렇다는 것이고,또 몸에 밴 엘리트 의식,뭐 그런 것이다.이제 나이가 40대도 안 되었을 그들이 감히 누가 우리 검찰을 건드리려 하느냐는 기백(?)이 그들의 발언에 배어있는 것 같았다.


정말 대통령 앞에서도 별로 주눅들지 않고 하고싶은 말을 거침없이 토해내는 것을 보면서, 그들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들은 대통령 또는 법무장관도 아닌 오로지 그들의 검찰 선배들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어 조폭이 연상되었다. 오로지 자기보다 서열이 높은 계보선배에게만 고개를 숙이는 조폭.


그날 보여준 평검사들의 모습은 사회가 바뀌어 기존의 질서가 무너져가고 새로운 질서가 들어서는 시점에서도 변화의 바람을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력을 이용하여 버티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였다. 참으로 보기 민망하고 씁쓸한 모습이었다. 누가 저렇게 젊은 검사들을 오만과 착각에 빠지게 하였는가.


조폭을 연상시키는 평검사들의 행태


나는 노 대통령이 평검사와 대화를 한다고 하였을 때 반대의사를 가졌던 사람이다.대통령의 그런 의지는 물론 높이 살만한 것이다.권위주의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또 기득권을 버리고, 대화와 토론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려 한다는 것을 솔선수범하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사회의 여러 분야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려해야 할 것은 그러나 그는 대통령이라는 것이다.어느 한 분야의 일에 그렇게 직접 나서는 것이 좋아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미 그의 심중을 꿰뚫고 있을 장관을 그의 손으로 임명해 놓은 상태이다.그렇다면 그 장관에게 일단 맡겨서 그의 강단을 한번 시험해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장관이 힘겨워할 때, 정 풀리지 않을 때 그때 나타나도, 아니 그때 나타나야 그가 더 큰 힘도 발휘하고 대통령으로서의 그의 존재도 빛이 나지 않았을까. 결과론적이지만 강장관이 평검사들하고 그런 자리를 같이 했더라면 장관이 봉변을 당할 소지도 컸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결국은 그랬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드는 것이다.


그런데 검사들하고 그런 자리를 가진 이상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응하지 않는다면 “그럼 권력을 가진 검사들만 두렵고 중요하냐?”라는 비난에 봉착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에서도 대화요구 봇물 일듯


나는 노 대통령께 우리의 젊은 과학기술인들 하고도 대화를 한번 나누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뭐, 꼭 위의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 과학기술계의 상황이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이공계 기피’라는 이상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인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와서는 안 될 것이 찾아온 것이다.


IMF가 닥치자 우리는 외국으로부터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비아냥을 들은 적이 있다.아마 그 이전부터 그런 평가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IMF의 관리체제로 들어가자 그런 비아냥이 크게 대두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최근에도 그런 비아냥이 다시 들린다.물론 이공계 기피와 관련해서 그런 빈정거림이 나온 것은 아니었다.그럼에도 나는 그 빈정거림이 우리 사회의 전반에 걸친 이완 또는 도덕적 해이와 관련이 있다고 믿는다.


특히 우리나라의 이공계 기피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혹자는 선진국에서도 이공계기피가 일어나고 있다며 애써 그 의미를 축소시키려 한다.그러나 선진국은 선진국이고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다. 선진국의 일인당 국민총생산은 적어도 2만불은 되며 대개는 3만불을 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제 만불의 문턱을 넘을까 말까 하는 상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설익은 상태에서 뱁새가 황새 따라가듯 한다.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서 뿔난다고, 아직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얼마나 많은 땀을 더 흘려야하고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데 마치 우리나라가 벌써 선진국이나 된 양, 우리가 선진국 사람이나 된 양 명품이나 찾아 돌아다니며 흥청망청하고, 금융, 서비스업종에나 기웃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된 배경이 더욱 한심하다. 국민소득 만불 근처에서 조로현상이 일어나, 이 사회에 어려운 일 기피하고 쉽게 돈벌수 있는 쪽으로만 몰리는 풍조가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땀흘려 일하는 사람이 제대로 대접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뒤쳐지는 현상이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있다. 이러한 악성 사회풍조 때문에 우리나라가 지금 겪고 있는 이공계 기피현상은 그 예후가 심각하다. 그를 유발시키는 요인이 단순 일과성이 아니라는 데 그 문제성이 심각한 것이다.


예후가 심각한 현재 우리나라의 이공계 기피현상


지금의 이공계기피현상으로 인한 이공계의 위기, 더 나아가서 우리나라 장래의 위기는 이제 고단위 처방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될 그런 상황에 놓여있다는 생각이다.그런데 아무리 그렇게 떠들어도 별 반향이 없다. 마치 우리가 과학기술계의 밥그릇이나 챙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수많은 이공인들의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를 언론도 그렇고 정치권도 그렇고 관료들도 그렇고 그저 대수롭지 않게 듣는다. 구차해서라도 이쯤에서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나라 걱정에 그럴 수 없다는 생각이 퍼떡 든다. 차라리 내가 문과계통 공부를 하고 있었더라면 떳떳하게, 힘주어 얘기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까지 해 본다.


마침 노 대통령은 공약으로 ‘과학기술 중심사회’를 내걸었고, 그것이 국정과제에도 반영되었다.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긴 하나 실질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청와대에 간신히(?) 보좌관 자리 하나 늘긴 했으나, 과학기술 관련 장관부터 과학기술인들이 많이 인선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그 기대가 별로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통령부터 이공계의 위기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그 심각성을 못 느끼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과학기술인과의 대화는 win-win 토론이 될 것


그래서 이 기회에 젊은 과학기술인들과의 대화도 한번 가져보시라고 노 대통령께 부탁을 하나 드리고자 하는 것이다. 언감생심 권력자들인 평검사들과의 대화에서처럼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고 그저 9시 뉴스에만 나와도 좋겠다.


과학기술인들은 권력의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사람들이다.권위의식도 없다.공손하고 예의를 지킬 것이다. 주장할 것은 감정에 흐르지 않고 논리적으로 주장할 것이다.대통령의 낯을 깎는 일도 절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 대통령께서는 이공계의 위기상황과 이로 인한 우리나라 장래의 어두움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시게 될 것을 확신한다. 그러면 ‘전국 평검사들과의 대화’에서 인사위원회의 구성이 결정되었듯, 모종의 구국(?)의 조치가 결정될 것이다.


그 정도면 win-win 토론 아니겠는가. 노 대통령께 진심으로 건의를 드린다. 젊은 과학기술인들의 이야기에도 한번 귀를 기울여 달라고.


하니리포터 여인철 기자 /ymog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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