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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이듬해  동서독 통일로 이미 해체되던 냉전구조가 완전히 무너졌다. 통일 이후 독일 사회는  비로소 냉전의 속박에서 벗어나게 됐다. 국내 정치, 사회 구조 뿐아니라 대외적 위상도  크게 달라졌다.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과거 서독의 국제적 발언권은 크게 제약받았으며, 유럽 정치무대에서 조차 서독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왜소했다.

    그러나 통일 이후 독일의 위상은 크게 높아졌다. 발칸반도에서 아프가니스탄 까 지 파병하고 있다. 세계 분쟁지역에 대한 군사개입이 확대되면서 국제적 역할에  대한 자신감도 커졌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3일 동서독 통일 13주년 기념식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재통일 이후 13년의 세월은 한편으론 독일의 독자적 주권 행사를  뜻한다"고  말했다. 또 "독일은 다양한 외교적 현안들과 관련해 독자적 가치관과 이익에 바탕해 자기 입장을 고수해왔으며, 입장이 다르면 `아니다'고 말하는 용기를  지녀왔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지난 달 21일 시작한 제59차 유엔 총회에서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유엔개혁과 함께 독일의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필요성을 주장했다. 유엔 분담금이나 평화유지군 파병, 경제력 등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지는 만큼의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다.

    국제정치 무대에서 독일의 위상이 크게 제고된 것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분열에 처해 있다.

    물론 통일 이후 동독인들은 공산 독재 치하에서 벗어나 자유와 민주주의를 호흡했다. 또 자본주의 국가의 넘치는 상품을 소비할 수 있게 됐다. 2차대전 패전을  딛고 경제적 도약을 이룬 서독인들은 전 독일의 번영을 꿈꿀 수 있게 됐다.

    지난 13년 동안 낙후했던 동독지역의 경제도 발전했다. 서로 어울려 살면서  동 서독 간의 심리적 장벽도 많이 엷어졌다. 같은 시민, 같은 민족이라는 연대감도  점 차 커지고 있다. 재작년 여름 동독지역에 100년 만의 대홍수가 났을 때는 독일 전역에서 구호와 성금의 물결이 이어지면서 상호 공동운명체임을 체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동서독 지역의 간극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근 들어 동서 간 갈등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내리막길을  걷다 근년 들어 장기침체에 빠진 경제난과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통일 독일이 당면한 최대의 위기 요소다.

    유럽 경제의 견인차였던 독일 경제의 침체 원인은 여러 가지이지만 통일 비용이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4년 간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4%를 동독지역 재건에 투입됐다. 세계경기 하강국면에서 동독지역 재건과 사회복지 비용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함으로써 독일 기업과 정부가 투자 여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반면 동독 지역 경제는 기대 만큼 살아나지 않았다. 지난 6월 나온 동독 경제에 관한 최초의 공식보고서는 모두 1조2천5백억 유로(약 1천7백40조원) 상당의  자금을 퍼부은 동독 경제 회생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고 결론내렸다. 14년이 지나도  동독이 여전한 경제난과 기업들의 빈약한 자본 축적, 서독의 두 배인 20%에 달하는 만성적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교육 수준이 높은 젊은이들이 서쪽으로 대거 이주해 문제가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동독민들은 통일 후 14년이 지났어도 서독인에 비해 평균 30% 적은 임금을 받는다며 불만이다. 18.5%나 되는 실업률은 서독의 두 배가 넘는다. 상당수가 정부 보조금으로 살아가는 현실에서 각종 복지를 감축해오던 슈뢰더 정권이 실업수당을 2차대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삭감키로 하자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반면 서독민들은 동독 지역 투자비 때문에 막강하던 독일 경제가 망가졌다고 불만이다. 옛 서독 지역 내에서도 계층 간 대립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불만들은 최근 잇따라 실시된 지방 선거들에서 극우파와 옛 동독 집권당의 후신인  민주사회당의 급부상으로 표출됐다.

    슈뢰더 총리는 지난해 통일절 기념식에서 "통일의 완성을 위해 우리는 아직  길고도 험한 길을 더 가야 한다. 하지만 향후 해결할 과제들은 지난 13년 간 겪은  일 보다는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보다 한층 상황이 어려워  졌으나  희망의 싺도 보이기 시작한 올해 기념식에선 정치인들이 어떤 말을 던질 것인지 주목된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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