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 올들어 독일 내에선 통일 비용의 규모와 투입 효과를 둘러싸고 본격적 논란이 벌어져왔다. 독일의 통일 비용은 과연 얼마이며, 효과는 있었는가? 분단 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로선 큰 관심사다.
◇ 동독 재건 이전 자금 규모 : 사실 통일과 관련해 그동안 직간접으로 들어간 비용이 얼마인지를 집계한 자료는 없다. 다만 구동독지역 경제 재건을 위해 이전된각종 공공자금의 내역에 대해선 연구기관들이 발표한 바 있다.
독일 정부는 정치적 논란과 분쟁을 우려해 공식적으로 통일 비용 또는 동독지역 공공자금 지원총액을 산출해 발표한 일이 없다.
그러나 독일 정부 의뢰로 전문가 위원회가 지난 6월 잠정적으로 작성한 `동독 경제 재건 보고서'(일명 폰 도나시 보고서)에 따르면 1991년 부터 지난해 까지 13년 동안 옛 동독으로 이전된 공공자금 규모는 모두 1조2천5백억유로다. 민간경제연구소인 할레 IW도 동일하게 추산했다.
그러나 베를린 자유대학의 클라우스 슈뢰더 연구원은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 자이퉁과 한 회견에서 이 보다 20% 더 많은 13년 간 1조5천억 유로로 추정했다. 동독지역 은퇴자 지원기금이 추가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독일 국내외 언론은 대체로 "14년 동안 약 1조5천억원"으로 표현하고 있다.
◇ 이전 자금 지출 내용 : 시사 주간지 슈피겔이 단독 입수해 보도한 폰 도나니 보고서에 따르면 총 1조2천5백억유로 가운데 약 3분의 2가 소비성 부문에 사용됐다. 동독지역 주민들의 건강보험과 노령연금 등 4대 사회보장비와 기초생할 보조비, 자녀양육 지원비, 주택지원금 등으로 지출됐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산업 및 경제성장 동력에 대한 직접 투자 비중이 적었으며 도로와 철도, 통신, 공공건물과 설비 등 인프라 확충과 보수에도 중복.과잉투자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비판했다.
◇ 자금 지원 효과 논란 : 폰 도나니 보고서는 동독 경제 회생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동독의 여전한 경제난과 빈약한 기업 자본 축적, 서독의 두 배가 넘는 18.5%의 만성적 실업률, 교육 수준이 높은 젊은이들의 서쪽으로 대거 이주해 가는 일 등으로 문제가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고 권위의 민간 경제연구소 Ifo의 한스-베르너 진 소장도 동서독 통일은 경제적 관점에서는 실패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진 소장은 독일 통일 후 동독지역 경제발전 양상은 "가장 비관적인 사람들이 예측했던 것보다 더 나쁘고 파멸적"이라며 "중기적으로, 동독지역 임금은 동구 국가들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폴란드 임금과 서독지역 임금 수준 사이로 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독일 안팎의 언론 보도 역시 전체적으론 실패했다는 쪽으로 보도하고 있다.
반면 최근엔 동독 경제가 예상 외로 경쟁력과 자생력이 있다는 보도들도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과 국책 사업을 하는 정책 금융 기관인 재건신용은행(KfW)이 의 미발표 보고서에 따르면 동독 경제는 철의 장막 붕괴 이후 비슷한 출발점 에 있었던 중동구권 나라들에 비해 훨씬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1인당 소득에서도 동독지역은 1만7천500유로인 반면 체코는 7천700유로, 헝가리는 7천200유로다. 통일 당시 서독과 동독의 국민소득 격차가 3대 1이었으나 지금은 크게 좁혀졌다.
◇ 통일 비용과 독일 경제 침체 : 전체적으로 ▲통일 비용으로 인한 투자여력 감소 ▲동독 경제 회생 부진 ▲유로화가입에 따른 독자적 재정정책 여유 부족 ▲세계 경제 침체 ▲세계화 ▲과도한 사회복지 ▲지나친 국가 규제와 관료주의 등 여러 가지가 복합 작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요인은 통일 비용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도나비 보고서는 독일 경제 성장력 약화 원인의 최소한 3분의 2는 동독 재 건비용"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연방정부가 현재 연간 9백억-9백50억 유로를 지원해줌으로써 서독지역의 경제마저 서서히 파괴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페드로 솔베스 유럽연합(EU) 경제통화 담당집행위원은 지난해 10월 독일의 경제침체와 막대한 재정적자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통일 비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7월 동.서독 통일에 따른 과제 해결 부담과 이로 인한 경제.사회 개혁 소홀 때문에 독일의 경제 성장력이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OECD는 물론 독일 경제의 성장 약화가 통일로 인해 지게 된 엄청난 부담 뿐 아니라 뿌리 깊은 행정적, 구조적 문제들로 인해 빚어진 결과이기도 하다면서 강력한 경제 성장을 위해 규제 제도의 포괄적 현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동독지역 경제 회생 방안 : 그간의 동독 지역 재건 노력이 실패 또는 성과 부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전체 독일 경제가 이로 인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자 정치권과 경제계는 해결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우선 동독지역의 법규 가운데 중소기업 발전을 저해하는 규정을을 15-25년 간 해제하고 건축 및 경제관계 법률을 상당수 주가 독자적으로 제정 운용하자는 고감한 탈규제와 자율성 제고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또 동독지역 기업들에 10-20년 간 부가가치세를 30-50% 감면해주는 등 과감한 감세조치로 기업들을 유치, 발전시키자는 전략도 나왔다.
드레스덴 등 일부 동독 도시들이 국내외 유명 기업 생산시설을 적극 유치해 유럽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고 있는 사례에 착안, 지역별 핵심성장산업에 집중투자하고 복지비 지원을 줄이자는 안도 제출돼 있다.
choibg@yna.co.kr
◇ 동독 재건 이전 자금 규모 : 사실 통일과 관련해 그동안 직간접으로 들어간 비용이 얼마인지를 집계한 자료는 없다. 다만 구동독지역 경제 재건을 위해 이전된각종 공공자금의 내역에 대해선 연구기관들이 발표한 바 있다.
독일 정부는 정치적 논란과 분쟁을 우려해 공식적으로 통일 비용 또는 동독지역 공공자금 지원총액을 산출해 발표한 일이 없다.
그러나 독일 정부 의뢰로 전문가 위원회가 지난 6월 잠정적으로 작성한 `동독 경제 재건 보고서'(일명 폰 도나시 보고서)에 따르면 1991년 부터 지난해 까지 13년 동안 옛 동독으로 이전된 공공자금 규모는 모두 1조2천5백억유로다. 민간경제연구소인 할레 IW도 동일하게 추산했다.
그러나 베를린 자유대학의 클라우스 슈뢰더 연구원은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 자이퉁과 한 회견에서 이 보다 20% 더 많은 13년 간 1조5천억 유로로 추정했다. 동독지역 은퇴자 지원기금이 추가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독일 국내외 언론은 대체로 "14년 동안 약 1조5천억원"으로 표현하고 있다.
◇ 이전 자금 지출 내용 : 시사 주간지 슈피겔이 단독 입수해 보도한 폰 도나니 보고서에 따르면 총 1조2천5백억유로 가운데 약 3분의 2가 소비성 부문에 사용됐다. 동독지역 주민들의 건강보험과 노령연금 등 4대 사회보장비와 기초생할 보조비, 자녀양육 지원비, 주택지원금 등으로 지출됐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산업 및 경제성장 동력에 대한 직접 투자 비중이 적었으며 도로와 철도, 통신, 공공건물과 설비 등 인프라 확충과 보수에도 중복.과잉투자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비판했다.
◇ 자금 지원 효과 논란 : 폰 도나니 보고서는 동독 경제 회생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동독의 여전한 경제난과 빈약한 기업 자본 축적, 서독의 두 배가 넘는 18.5%의 만성적 실업률, 교육 수준이 높은 젊은이들의 서쪽으로 대거 이주해 가는 일 등으로 문제가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고 권위의 민간 경제연구소 Ifo의 한스-베르너 진 소장도 동서독 통일은 경제적 관점에서는 실패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진 소장은 독일 통일 후 동독지역 경제발전 양상은 "가장 비관적인 사람들이 예측했던 것보다 더 나쁘고 파멸적"이라며 "중기적으로, 동독지역 임금은 동구 국가들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폴란드 임금과 서독지역 임금 수준 사이로 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독일 안팎의 언론 보도 역시 전체적으론 실패했다는 쪽으로 보도하고 있다.
반면 최근엔 동독 경제가 예상 외로 경쟁력과 자생력이 있다는 보도들도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과 국책 사업을 하는 정책 금융 기관인 재건신용은행(KfW)이 의 미발표 보고서에 따르면 동독 경제는 철의 장막 붕괴 이후 비슷한 출발점 에 있었던 중동구권 나라들에 비해 훨씬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1인당 소득에서도 동독지역은 1만7천500유로인 반면 체코는 7천700유로, 헝가리는 7천200유로다. 통일 당시 서독과 동독의 국민소득 격차가 3대 1이었으나 지금은 크게 좁혀졌다.
◇ 통일 비용과 독일 경제 침체 : 전체적으로 ▲통일 비용으로 인한 투자여력 감소 ▲동독 경제 회생 부진 ▲유로화가입에 따른 독자적 재정정책 여유 부족 ▲세계 경제 침체 ▲세계화 ▲과도한 사회복지 ▲지나친 국가 규제와 관료주의 등 여러 가지가 복합 작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요인은 통일 비용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도나비 보고서는 독일 경제 성장력 약화 원인의 최소한 3분의 2는 동독 재 건비용"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연방정부가 현재 연간 9백억-9백50억 유로를 지원해줌으로써 서독지역의 경제마저 서서히 파괴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페드로 솔베스 유럽연합(EU) 경제통화 담당집행위원은 지난해 10월 독일의 경제침체와 막대한 재정적자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통일 비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7월 동.서독 통일에 따른 과제 해결 부담과 이로 인한 경제.사회 개혁 소홀 때문에 독일의 경제 성장력이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OECD는 물론 독일 경제의 성장 약화가 통일로 인해 지게 된 엄청난 부담 뿐 아니라 뿌리 깊은 행정적, 구조적 문제들로 인해 빚어진 결과이기도 하다면서 강력한 경제 성장을 위해 규제 제도의 포괄적 현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동독지역 경제 회생 방안 : 그간의 동독 지역 재건 노력이 실패 또는 성과 부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전체 독일 경제가 이로 인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자 정치권과 경제계는 해결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우선 동독지역의 법규 가운데 중소기업 발전을 저해하는 규정을을 15-25년 간 해제하고 건축 및 경제관계 법률을 상당수 주가 독자적으로 제정 운용하자는 고감한 탈규제와 자율성 제고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또 동독지역 기업들에 10-20년 간 부가가치세를 30-50% 감면해주는 등 과감한 감세조치로 기업들을 유치, 발전시키자는 전략도 나왔다.
드레스덴 등 일부 동독 도시들이 국내외 유명 기업 생산시설을 적극 유치해 유럽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고 있는 사례에 착안, 지역별 핵심성장산업에 집중투자하고 복지비 지원을 줄이자는 안도 제출돼 있다.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