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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동서냉전의 가장 첨예한 대결 장소 중  하나였으나 지금은 통일 독일의 수도인 베를린에서 12일 한국의 분단과  문학의  역할을 놓고 우리 시인과 소설가, 각국 문학인들이 모인 가운데 처음으로 토론이 벌어졌다.

    제3회 베를린 국제 문학페스티발의 일환으로 이날 열린 토론회에서 시인  고은(高銀) 씨와 소설가 이호철(李浩哲) 씨는 한국문학의 가장 중요하고도 무거운 주제는 분단의 모순을 밝히고 통일을 꿈꾸는 것이며, 진정한 통일은 남.북 양측 권력의  고압성에서 벗어나 평상의 사람살이 수준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라고 각각 강조했다.

    고은 씨는 주제발표와 토론을 통해 "분단된 남북한의 문학은 이질적이지만 장차 통합사회에서의 문학에는 실로 풍부한 유산이 될 것이고 오랜 문학의 이질현상을 동질화하는 작업에서 제3의 한국문학의 창조행위를 기대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한반도 현실은 분명히 미완의 역사이지만 어떤 나라는 완성된 역사를  살아가며 할 일이 없는데도 한국의 남과 북에서는 할 일이 너무 많음으로써 역사와 삶 그리고 문학에의 기운이 생동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고은 씨는 "분단문학은 종합으로서의 새로운 자아를 완성시키는 근거지일 것"이라면서 분단시대의 문학은 지옥이었으나 분단시대의 문학사야 말로 천국이라는 패러독스가 그래서 주목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한반도에 가장 절실히 필요한 평화는 선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까지 보다 더 많은 고행을 거쳐 이뤄야 할 일일 수 있다"면서 "다음 세대마저 분단의 제물로 만들지 말고 우리 세대가 통일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 씨는 특히 고대와 중세에 이르기까지 한민족 역사에서 통일은 항상 불안한 것이었다면서 중세에 처음으로 한반도 전역의 민족국가를 이룬 뒤 다시 분단된 한반도의 재통일은 과거와는 달리 창조적인 것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고은 씨는 "남한 측이 생각하는 완만한 단계의 연합제나 북한이 주장하는 1국2체제의 연방제는 모두 과도적 단계통일론"이라면서 스위스나 말레이시아와 같은 `다연방제'를 통해 시민사회의 근대 초월을 가능케 하는 새 국가 모델을 자신은 꿈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호철 씨는 지난 5월 독일어판이 나온 자신의 연작소설 `남녘사람 북녘사람'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이 작품에는 실향민인 자신의 체험 뿐아니라 반세기  넘도록 계속되는 남.북 문제에 대한 작가로서의 핵심 메시지가 실려 잇다고 소개했다.

    이호철 씨는 이 작품을 통해 "요컨대 끝머리에 이르러서는 흔한 이념이나  체제가 아니라, 사람이며, 사람 됨이라는 말을 하려 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통일 문제를 다룸에 있어 이념이나 체제 위주로만 접근하는 것은 이제는 진부(陳腐)해지기 쉽다는 것"이며, " 우리 남북한의 문제는 처음부터 양측  정치권력을 장작 빠개듯이 빠개서 보여줄 때만 그 모습이 선열(鮮烈)해진다"는 것.

    이호철 씨는 "나라의 통일은 남과 북 양측 권력이 공히 그 지나친  고압성(高壓性)에서 벗어나 평상(平常)의 사람살이 수준으로 돌아오는 과정으로써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를린 국제문학페스티벌은 베를린영화제와 함께 베를린 페스트 슈필레가  주최하는 양대 행사다.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올해 행사에는 50개국 150여  명의  시인, 작가, 평론가 등이 모여 오는 21일 까지 27개 언어로 자신의 작품을 낭독하고  토론을 벌인다.

    페스티벌에 한국 문학인으로는 처음 초청받은 고은 시인과 이호철 작가는  이번 주 동안 거의 매일 한 두 차례 이상 자신의 작품을 낭송하고 토론회에 참석한다.

    두 사람은 또 오는 16일에는 주독 한국대사관 산하 베를린 문화홍보원에서 열리는 `교민을 위한 한국문학의 밤'에 참석, 낭송과 강연을 한다. (사진있음)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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