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된 건 잘된 일입니다. 하지만 그 대가가 너무 비쌉니다. 동독지역 투자하느라 서독지역 경제도 망가졌다고 하지 않아요. 이제는 동독지역 주는 돈을 줄일 때도 됐습니다."
전직 기계수리공 출신인 실업자 베른하르트 슐츠(34) 씨는 자신의 실직과 실업보험금 삭감이 통일과 관련있다는 생각을 갈수록 더하게 된다고 말했다.
동네 인터넷 게임방과 그 옆의 간이음식점에서 자주 어슬렁거리던 그는 오랜 만에 얼굴을 본다고 인사하자 이젠 한 푼이 아쉬워 별일 없으면 집에만 들어 앉아 있기 때문이라며 정치가들에 대한 불만을 쏟아놓았다.
1년 7개월 전 실업자가 된 그는 그동안 수시로 일자리를 구하려 했으나 마땅한 자리를 얻지 못했다. 세무당국에 신고하지 않아 정상가의 절반에 불과, 가끔 사적으로 의뢰가 오던 기계수리 일도 요즘엔 아예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동독에 대한 지원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그에게 서쪽은 실업률이 8%대이지만 동쪽은 18.5%나 되니 더 어렵지 않겠느냐고 운을 떼보았다.
그는 "나는 일자리를 찾는데도 없는 것이고 오씨(동독놈)들은 아예 일할 생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왜 내가 그동안 낸 세금으로 동독에 더 많이 지원해주냐"며 전에 없이 목소리를 높였다.
"재통일되서 좋은 점이요? 물건도 자유롭게 살수 있고 TV도 많은 채널을 볼수 있어 좋아요. 그런데 문제는 열심히 일해도 돈이 별로 없다는 거예요."
동독 출신인 슈퍼마켓 여종업원 안나 크리스티네(19)는 베를린 장벽이 다시 생기를 원하는 사람이 20%가 넘는다는 주간지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장벽은 나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크리스티네는 그러나 옛날 동독 시절도 좋은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사회민주당과 기독교민주연합은 서독인들을 위한 정당이라며 앞으로 선거에선 동독 공산당 후신인 민주사회당을 찍을 것이라고 밝혔다.
14년 전 통일 당시 5살이었던 그녀가 사실 동독시절에 대해 무엇을 알 것이며, 정당들의 속성을 얼마나 잘 알 것인가?
그만큼 현재의 생활이 고단하고 서독출신 보다 떨어지는 `2등인생'으로 일방적 평가를 받는 듯한 자의식에서 비롯된 반발일 것이다.
독일 경제가 장기 침체되고 사회복지가 대폭 삭감되면서 동서독 지역 간의 반목과 갈등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특히 복지 감축으로 더 큰 생활난을 겪게 될 서민들의 무기력감과 정치 혐오증, 그리고 그 와중에 극단주의와 외국인 배척 성향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그간 쇠퇴 일로를 걷던 민사당 지지율이 최근 실시된 동독지역 선거들에서 크게 높아졌다. 지난 2002년 총선에서 지지율이 5% 밑으로 떨어져 연방의회에 진출하지 못했던 민사당 지지율은 10%를 오르내린다.
수도 베를린을 둘러싼 브란덴부르크주 선거에선 사민당에 간발의 차이로 밀리며 2위 정당이 됐다. 네오나치 극우정당인 NPD 등이 처음으로 지방의회에 진출, 기존 정당과 언론이 경악하기도 했다.
언론에 보도되는 전문가들의 전망은 민사당 및 극우정당 지지도 상승은 일시적인 것이며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이라는 것과 앞으로 기존 정당들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 뒤섞여 있다.
그러나 동독 국영방송 기자 출신으로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국제 저널리즘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뤼디거 클라우스 박사는 "현재의 추세로 봐서는 동서독 지역 간 갈등과 민사당 및 극우정당 지지율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 북한 주재 동독대사를 지낸 한스 마레츠키 씨는 동서독 주민 간 격차와 반복 해소가 어떻게 가능할 것이냐는 질문에 "서로 다른 체제와 그 속에 살던 사람들을 통합하는 것은 매우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마레츠키 전 대사는 동독의 일반인들로선 통일 당시 서독의 자본주의 체제에 기대했던 환상이 있었으나 이제 현실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라며 어이상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서독 기민당 출신으로 통일 독일 정부에서 동서독 관계 업무를 맡다 퇴직,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한스-위르겐 카악 씨는 동서독 통일이 현실적으로 한 쪽은 승리자, 한 쪽은 패배자의 모습으로 진행돼 구조적으로 지금과 같은 문제들이 빚어지게 돼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이런 현실적 문제점들을 최소화시키려 노력하는 것이 지금의 정치인들과 시민들의 책임일 것이라면서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양쪽 주민이 융화되기에는 최소한 한 세대의 세월이 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ibg@yna.co.kr
전직 기계수리공 출신인 실업자 베른하르트 슐츠(34) 씨는 자신의 실직과 실업보험금 삭감이 통일과 관련있다는 생각을 갈수록 더하게 된다고 말했다.
동네 인터넷 게임방과 그 옆의 간이음식점에서 자주 어슬렁거리던 그는 오랜 만에 얼굴을 본다고 인사하자 이젠 한 푼이 아쉬워 별일 없으면 집에만 들어 앉아 있기 때문이라며 정치가들에 대한 불만을 쏟아놓았다.
1년 7개월 전 실업자가 된 그는 그동안 수시로 일자리를 구하려 했으나 마땅한 자리를 얻지 못했다. 세무당국에 신고하지 않아 정상가의 절반에 불과, 가끔 사적으로 의뢰가 오던 기계수리 일도 요즘엔 아예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동독에 대한 지원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그에게 서쪽은 실업률이 8%대이지만 동쪽은 18.5%나 되니 더 어렵지 않겠느냐고 운을 떼보았다.
그는 "나는 일자리를 찾는데도 없는 것이고 오씨(동독놈)들은 아예 일할 생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왜 내가 그동안 낸 세금으로 동독에 더 많이 지원해주냐"며 전에 없이 목소리를 높였다.
"재통일되서 좋은 점이요? 물건도 자유롭게 살수 있고 TV도 많은 채널을 볼수 있어 좋아요. 그런데 문제는 열심히 일해도 돈이 별로 없다는 거예요."
동독 출신인 슈퍼마켓 여종업원 안나 크리스티네(19)는 베를린 장벽이 다시 생기를 원하는 사람이 20%가 넘는다는 주간지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장벽은 나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크리스티네는 그러나 옛날 동독 시절도 좋은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사회민주당과 기독교민주연합은 서독인들을 위한 정당이라며 앞으로 선거에선 동독 공산당 후신인 민주사회당을 찍을 것이라고 밝혔다.
14년 전 통일 당시 5살이었던 그녀가 사실 동독시절에 대해 무엇을 알 것이며, 정당들의 속성을 얼마나 잘 알 것인가?
그만큼 현재의 생활이 고단하고 서독출신 보다 떨어지는 `2등인생'으로 일방적 평가를 받는 듯한 자의식에서 비롯된 반발일 것이다.
독일 경제가 장기 침체되고 사회복지가 대폭 삭감되면서 동서독 지역 간의 반목과 갈등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특히 복지 감축으로 더 큰 생활난을 겪게 될 서민들의 무기력감과 정치 혐오증, 그리고 그 와중에 극단주의와 외국인 배척 성향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그간 쇠퇴 일로를 걷던 민사당 지지율이 최근 실시된 동독지역 선거들에서 크게 높아졌다. 지난 2002년 총선에서 지지율이 5% 밑으로 떨어져 연방의회에 진출하지 못했던 민사당 지지율은 10%를 오르내린다.
수도 베를린을 둘러싼 브란덴부르크주 선거에선 사민당에 간발의 차이로 밀리며 2위 정당이 됐다. 네오나치 극우정당인 NPD 등이 처음으로 지방의회에 진출, 기존 정당과 언론이 경악하기도 했다.
언론에 보도되는 전문가들의 전망은 민사당 및 극우정당 지지도 상승은 일시적인 것이며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이라는 것과 앞으로 기존 정당들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 뒤섞여 있다.
그러나 동독 국영방송 기자 출신으로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국제 저널리즘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뤼디거 클라우스 박사는 "현재의 추세로 봐서는 동서독 지역 간 갈등과 민사당 및 극우정당 지지율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 북한 주재 동독대사를 지낸 한스 마레츠키 씨는 동서독 주민 간 격차와 반복 해소가 어떻게 가능할 것이냐는 질문에 "서로 다른 체제와 그 속에 살던 사람들을 통합하는 것은 매우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마레츠키 전 대사는 동독의 일반인들로선 통일 당시 서독의 자본주의 체제에 기대했던 환상이 있었으나 이제 현실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라며 어이상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서독 기민당 출신으로 통일 독일 정부에서 동서독 관계 업무를 맡다 퇴직,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한스-위르겐 카악 씨는 동서독 통일이 현실적으로 한 쪽은 승리자, 한 쪽은 패배자의 모습으로 진행돼 구조적으로 지금과 같은 문제들이 빚어지게 돼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이런 현실적 문제점들을 최소화시키려 노력하는 것이 지금의 정치인들과 시민들의 책임일 것이라면서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양쪽 주민이 융화되기에는 최소한 한 세대의 세월이 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