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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형감독은 2006년 full metal village로 독일에서 각종 상을 휩쓸었습니다.
2번째 영화 'Endstation der Sehnsüchte'도 작품성과 재미로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베를린 영화제와 부산영화제에 초청 받았고 지금 독일 전역에서 상영되고 있습니다.
(영화) 그리움의 종착역  
Tuesday, 03 November 2009  
엊그제 독일 극장에서 'Endstation der Sehnsüchte'라는 영화를 보았다. 우리 말로 번역하자면 '그리움의 종착역'쯤 되겠다. 60-70년대에 독일로 왔던 파독간호사 세 명이 독일인 남편과 함께 한국의 남해 독일 마을에 정착해 사는 모습을 그린 다큐멘타리 영화다. 독일 영화계에서 다양한 수상 경력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한국 여성 조성형 감독의 작품이다.

배경도 한국이고, 배경 음악도 한국 유행가이고, 주인공들도 대부분 한국인들인데도 독일 영화를 보고난 느낌이 들었다. 자잘한 디테일에 기대어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기보다는 과장 없이 사실적으로 영화를 전개하는 기술이 독일식으로 건조하고 담백했다. 그럼으로써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 개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을 유도하는 넉넉함이 인상 깊었다. 선별적 통계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다큐에 비해서 난 이런 다큐에 더 신뢰가 간다.




빛바랜 흑백사진 속의 젊음으로 한국을 떠날 적에 그네들은 제각각 가슴 아픈 사연을 품고 있었고, 독일에서 남자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살면서도 한국을 그리워했다. 평생 부지런히 일해서 부은 연금을 수령할 나이가 되자 그들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 독일로 갈 때 들고 간 것은 추억과 사연 뿐이었지만 독일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독일에서 가졌던 모든 것을 달팽이처럼 지고 왔다. 독일제 재료로 독일식으로 지은 독일 주택과 독일식 가구와 가재도구. 그리고 독일인 남편. 독일어. 습관.

영화를 볼 당시에는 그들의 모습이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한국에서 독일 생활을 재현하는 모습에서 고향에 와서도 충족되지 않는, 아니 이젠 독일을 향해 새로이 솟아오르는 향수가 엿보였고, 그들은 여전히 외로움을 타는 듯이 보였다. 외딴 섬, 아름다운 산자락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주민들과 동떨어져 사는 그들이 마치 황금 새장에 갖힌 새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물밀듯이 쳐들어와 남의 집안을 들여다보고 정원을 짓밟는 관광객들의 선의의 호기심은 독일식 사고방식으로 볼 때 가히 위협적이기까지 했다. 무엇보다도 말이 안 통하는 곳에서 전적으로 부인에게만 의존해야 하는 독일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좀 안쓰럽게 보였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서 시간을 두고 음미해 볼 때 그들은 꽤 괜찮은 노후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이 들어서는 한 나라 안에서 이사만 가도 당황한다는데 부인 하나만 믿고 말도 안 통하는 나라로 덜컥 이주한 독일 할아버지들이 꽤 용기 있게 보였고, 서로 의지하며 새로운 생활을 개척하는 모습이 나름 아름답게 보였다. 처음에는 설마 나는 저들보다야 알차고 이지적인 노년을 보내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가만히 따져보니 그건 생활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나이의 문제였다. 나도 십여 년 후에 그들의 나이가 되었을 때 그 이상의 창조적인 삶을 영위하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어떤 노년을 창조하느냐는 문제는 어디서 어떻게 사느냐에도 달렸겠지만 무엇보다도 늙어서 심신의 건강에 더욱 크게 좌우될 것이다. 또한 한국에 돌아와서도 치유되지 않는 그네들의 향수병은 너무나도 당연한 인지상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고향에 살면서도 먼 곳으로의 향수를 품는 존재 아니던가?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관심 깊게 주목한 부분은 부부의 관계였다. 나는 국제결혼을 한 사람이다 보니 그의 장단점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늘 똑같다. '나는 국제결혼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같은 문화권의 남자와 결혼해서 사는 것이 어떤지 모르기 때문에 남편과 나 사이에 갈등이 있다면 이것이 사람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인지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인지 나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을 아는 것이 중요할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다르다는사실이고 이를 극복 또는 승화시켜야만 하는 당위성이다.'

그렇지만 나는 많은 한국 부인들에게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 과연 나에게도 있는지 궁금하기는 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그렇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세 커플은 각기 다르기는 하지만 독일의 여느 노부부들과는 어딘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부인이 남편에게 세심하고 살뜰하다는 점이 그렇고 또 한편으로는 소소한 일에 마구 참견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남편이 차를 더 마실 것인지 아닐지를 부인이 결정하고 부인이 차를 따라 주고 숟갈로 저어 주기까지 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늙은 남편을 아들 대하듯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한국 부인들에게선 어딘지 애교가 묻어났다.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고 어떤 때는 바가지를 긁거나 무뚝뚝해 보이는데도 나는 그들이 애교스럽고 사랑스럽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쩐지 나도 그럴 것 같아서 으흐흐흐 웃음이 나왔다. (점심 먹으면서 남편과 딸에게 이 얘기를 하고 의견을 물어봤다. 둘 다 나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했다. 나는 남편의 일에 참견하지 않는 쿨한 부인이고 애교도 없다고 그랬다. 니들 독것이라 사람 볼 줄 몰라잉!)

또한 우리 부부의 노후를 실질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도시의 변두리로 이사가는 것조차 꺼리는 도시형 인간이자 남들과 술 마시며 털털하게 어울리지 못하는 우리 남편 때문에라도 우리 부부에겐 남해 독일 마을이 절대로 대안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교통이 편하고 문화시설과 편의시설이 가까운 곳에서 살아야 자립적인 노년을 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만약 남편이 남들과 잘 어울리는 수더분한 성격이라면 미리부터 한국말 가르쳐서 한국에서 그렇게 살아도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말을 조금이라도 한다면 동네의 한국 사람들과 따스하게 어울려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이 영화의 특징은 처음 봤을 때 정해지는 스토리로서 잊혀지는 영화가 아니라, 집에 와서도 두고두고 느낌이 변하고 감상이 발전하는 영화, 그리고 관객에 따라 메시지가 달라지는 영화라는 점이다. 주인공들의 사실적인 묘사를 자연스럽게 유도해서 영상으로 잡아낸 것은 감독의 실력이겠고, 그를 통해 관객이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어갈 수 있게 만든 것은 바로 감독의 섬세함이자 배짱이라 하겠다. 오랜 세월을 같이 산 나의 남편도 같은 영화를 보고도 마음속에 다른 스토리를 심어놓고 있을 텐데 한국과 연고가 없는 다른 독일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독일과 연고가 없는 다른 한국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이 영화가 각기 어떤 스토리를 심어졌을지 궁금하다.

나는 이 영화를 시간이 지난 후에 또 한번 보고 싶다. 그때가 되면 내 마음속에 또 다른 스토리가 자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남편은 시어머니께도 보여드리면 좋아하실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의아했다. 시어머니께 이런 얘기가 재미 있을까? 남편은 한국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사람이라면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끼워 맞춘 영상보다 이렇게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더욱 반길 거라고 했다.

지금부터 독일의 몇 개 도시에서 상영되는 이 영화는 당장 1-2주일 내에 필히 성황을 이루어야 한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조성형 감독의 선전을 바라는 까닭은 - 감독이 한국인이라는 얄팍한 민족적 허영심에서가 아니라 - 재독 한국인들의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한국인의 마음을 이렇게 잘 이해하여 우리의 애환을 시원하게 대변해 줄 수 있는 영화감독도 없을 것이고, 우리 눈에는 안 보이는 우리의 모습을 독일인의 안경을 통해 이렇게 명료하게 보여 줄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우리 내면의 발전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고 더불어 사는 독일과 한국을 위해서도 고무적인 일이다.

내가 이 영화에 애착을 가지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나는 간호사로 독일에 온 언니들을 참 좋아한다. 오래 전에 김영삼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했을 때 나는 독일 영부인의 통역을 맡았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손명순 영부인은 독일의 크리스티나 헤르촉 영부인을 향해 "독일에 사는 우리나라 국민들을 잘 돌봐 주셔서 감사합니다"며 머리를 숙여 보였다. 빨간 실크 원피스를 입은 독일 영부인은 가슴에 손을 얹고 조용히 대답했다. "아닙니다. 감사해야할 사람은 저를 비롯한 독일 국민입니다. 저희는 한국에서 온 간호사들에게 일자리를 주었을 뿐이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사랑을 주었습니다."

그 자리에 동석한 많은 사람들 중에 이 말이 외교용 멘트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 말에는 그만큼 진정성이 묻어났고, 또한 한국 출신 간호사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독일에서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기정사실이기도 했다. 독일 여론이 한국에 대해 우호적이라면, 그래서 독일에 사는 한국인들에 대한 선입견이 좋다면, 또 그래서 독일 정부가 국제 사회에서 한국 정부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취한다면 이는 우리 파독간호사들이 독일 사회의 밑바닥에 넓게 깔아 놓은 신뢰의 덕택일 가능성이 크다. 누구나 가족이나 친지 때문에 한번이라도 병원 출입을 해본 사람이라면 한국에서 온 간호사들의 가치를 알 것이다.

독일 사회에서 그렇게 인정을  받고 살아서 그런가? 내가 본 간호사 출신의 언니들의 독일 생활은 대부분 반듯하고 윤택하다. 여러 계층의 사람을 돌보는 직업을 가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독일식 일상에 익숙하다. 독일 사회에 적응력이 높은 만큼 한인 사회에도 봉사를 많이 한다. 내가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바램의 저변에는 나도 간호사 언니들처럼 현실 속에 굳건히 발 딛고 서서 팔 걷어 붙이고 사람을 보살피는 일을 함으로써 독일 생활을 좀 더 잘 하고 싶다는 동경도 분명히 들어 있다. 그래서 나는 재독 간호사들의 삶의 한면을 비춰보이는 이 영화를 환영하고 지지한다.




아래 홈페이지에 가시면 동영상과 상영 일정이 있습니다. 부디 적극적으로 입소문 내셔서 극장을 꽉꽉 채워주시기 바랍니다. 아참, 저 조성형 감독님과 아는 사이 아니어요. 누구에게서 어떤 부탁을 받은 일도 없구요.
http://www.endstation-der-sehnsuechte.de

동영상은 인터넷 슈피겔에도 떴네요.
http://www.spiegel.de/video/video-1029705.html

독일의 상영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의 홈피에서 퍼왔음)


Ab 29.10.2009 bundesweit in:
Braunschweig(Universum), Berlin(Blow Up, Broadway, York), Dresden(Schauburg), Frankfurt(Harmonie), Freiburg(Harmonie), Hamburg(Abaton, Elbe), Karlsruhe(Schauburg), Kassel(Filmladen), Köln(Filmpalette, Rex), Mainz(Palatin), München(Atelier, Monopol), Münster(Cinema), Nürnberg(Metropolis), Potsdam(Thalia), Weimar(Mon Ami)

Ab 5.11.2009
Stuttgart

Der Tourplan ist noch nicht vollständig. Änderung möglich! (일정이 변할 수도 있다고 하니 극장에 전화해서 문의하세요.)
29.10. Frankfurt (Premiere mit Sektempfang, 21.00 Uhr in Harmonie, Tel: 069 66371836)
31.10. Freiburg (21 Uhr in Harmonie)
01.11. München (Asia Filmfest, 15.30 Uhr in Gloria Palast, 18.30 Uhr in Atelier)
02.11. Karlsruhe (19 Uhr in Schauburg )
03.11. Stuttgart (19.30 Uhr in Delphi)
05.11. Lübeck (Nordische Filmtage, 22:45 Uhr in Cinestar-Stadthalle)
06.11. Hamburg (19 Uhr in Abaton)
07. - 08.11. Sheffield Doc-Filmfestival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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